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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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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강의실 풍경과 한국의 교육 현실

2023-09-20
조회수 256

몇일 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조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요즘 서울대학교에서 개설되는 많은 강의에서 수기로 쓰는 예전 출석부가 아니라 전자출결을 사용한다. 나 역시 전자출결 시스템을 이용한다. 학생들이 학생증을 기기에 태그하면 자동으로 출석여부가 기록된다. 아마 선생/조교들의 수고로움을 덜 수 있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출석 오류나 부정으로 인한 공정함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은 제도다. 그런데, 어떤 제도든 항상 구멍이 있기는 마련이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교양과목 수업인데 많은 학생들이 대리로 출석하거나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엎드려 잔다는 것이다. 첫째, 전자출결인데 어떻게 대리출석이 가능한지 나는 궁금했다. 학생증 QR 코드를 찍어 보내면 아무런 문제없이 대리출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예전보다 대리로 출석하는 것이 더 편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한 학생이 많게는 10명이 넘는 학생의 출석을 대리로 체크해 준다는 말에 나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둘째, 그나마 수업에 들어오는 많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는커녕 심지어는 엎드려 잔다는 것이다. 내가 말을 잘못 들었는지 내 귀를 의심했다. 수업 듣다보면 깜빡 졸음이 밀려올 때가 있는 건 당연한 생리 현상이지만 아예 대놓고 잔다고? 그런데 선생이 주의를 주거나 깨우지도 않는다고? 왠지 한없이 무너지고 있는 중고등학교 교실이 이제는 대학 강의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학생들이 왜 서울대학교까지 들어와서 강의실에서 자는 걸까? 대부분 이런 학생들은 과학고나 영재고 출신으로 이미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이 많아서 수업에 들어오기도 싫어하고, 들어와서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선행학습의 폐해가 이제는 대학에서도 드러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초가 부족하여 대학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 때문에 걱정이라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선행 학습으로 인해 대학에 와서도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니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이제 대학강의는 그저 학점을 받기 위한, 그리고 대학은 졸업장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것이 총체적인 교육의 부실과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현장은 입시와 맞물려 쉽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라 치더라도 대학에서는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 EBS와 함께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에서 진행한 연구가 있다(아래 영상 참조). 서울대학교에서 A+를 받는 학생의 비밀은 교수가 하는 모든 말을 받아 적었다가 시험지에 쏟아내는 것이란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나아졌을지 모르겠지만 내 개인적 감각으로 판단컨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전히 서울대학교의 많은 수업은 교수 주도적이고 일방적인 강의 위주로 진행되고, 주로 시험을 평가수단으로 사용한다. 이게 20세기에는 좋은 방법일지 모르지만, 그리고 특별한 경우에는 효율적일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강의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출석하도록, 그리고 수업에서 졸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수자와 대학의 책임이다. 이미 다 배우고 왔으니, 출석은 자율적으로 알아서 할 문제니 그냥 방치하면 교육은 망가진다. 선행학습을 하면 다 알 것 같지만 조금만 지나면 밑천이 드러난다. 더욱이 기존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야 하는 단계로 가면 선행학습에 중독된 학생들은 정작 실력 발휘를 못한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대학의 목적이 아닌가? 그것도 서울대학교라면...

대학 행정가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마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알고 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책임 방기요,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다. 출석이나 수업 태도의 문제는 물론 개별 학생의 책임 하에 결정하는 문제라 대학이 개입할 의무는 없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진지한 자세로 학문을 탐구하도록 유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철저하게 대학의 책임이자 의무다.

나는 요즘 두 아이 모두 입시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험 문제 하나하나에 울고 웃어야 하고, 끊임없이 주변 친구들과의 경쟁에 내모는 한국 교육 현실이 야속하기까지 하다. 물론 이런 어려운 환경도 긍정적 마인드로 잘 버티는 것이 학교 생활의 더 중요한 목적이라고 설득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은 멍들어가고 있다. 그것도 별 쓰잘데기 없는 구닥다리 지식을 흡수하느라 온 몸과 정신을 던지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울면 나도 눈물이 난다. 안타까움과 화가 너무 뻗쳐서 나도 마음이 무너진다. 위로하고 응원하는 것 외 별달리 도와줄 방법이 없는 아빠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이 비단 우리 가족의 문제일까? 대한민국의 많은 가정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입시와 그에 따른 학교 생활로 마음의 멍이 든다. 그리고 그 여파가 이제 대학에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Professor Kiwan Park

SNU BUSINESS SCHOOL

Professor Kiwan Park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Seoul, Republic of Korea, 08826

Tel. +82-2-880-2596 l E-mail. Kiwan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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