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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이 공간은 주제별로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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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의 가을: 풍경, 행사, 그리고 그들 (2/3)

2023-10-12
조회수 159

내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아이들이 왜 이렇게 긴 줄을 설까?' 족히 수십 분은 기다려야 고작 햄버거 하나 먹을 수 있을 뿐인데... 


질문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가성비! 

사실 학생 때야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고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으니 공짜로 점심 한 끼 때울 수 있으면 그깟 몇십 분 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요즘 '천원의 한끼'로 대변되는 학생들의 경제 사정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분명 많은 학생들이 식사도 마음놓고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그러니 무료로 좋아하는 햄버거를 준다니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학생 때는 보통 돈보다는 시간이 많고, 어차피 점심시간이라 점심은 먹어야 할 테니 작은 시간 비용을 들여 얻는 편익(무료로 먹는 맛난 식사)이 훨씬 크다. 

게다가 몇십 분 기다리는 것이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편익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있다. 무미건조한 '서울'대학교의 캠퍼스 라이프에 가끔은 이런 소소한 생활의 재미가 있으면 삶이 윤택해진다. 기다림이 불편한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다.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햄버거 받을 생각에 약간은 들뜬 마음으로 나름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학생회가 나름 캠퍼스에 생기를 불어넣은 한 장면인 것 같아서 나도 보기 좋았다. 캠퍼스의 '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 생활의 행복감을 높여주는 작은 서프라이즈임에는 틀림 없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느끼는 '편익 >>> 비용'!


그러다 요즘 친구들이 식사를 대하는 태도가 뭔가 우리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되었다. 젊어서 그런지 별반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데 큰 관심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경제사정 때문인지 편의점 도시락으로 간단하게 한두 끼 때우는 것에는 익숙한 것 같다. 그런데, 가끔은 깜짝 놀랄만한 가격의 식사를 서슴지 않고 질러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는 것 같다. 이유는 예상하듯이 자신만의 인생 샷을 남기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학교에서 얻어 걸린 햄버거 같은 소박한(?) 식사로 한 끼 때우는 게 여사지만, 가끔은 기십 만원짜리 파인다이닝도 과감하게(?) 소비할 줄 아는 게 바로 그들이다. 

(식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도 같은 이유로 비슷한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이유는 과시 소비다(과시 소비는 새로 나올 책의 두 번째 핵심 주제다). 사진을 많이 남겨야 SNS에서 내 생활을 주변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다. 대학가 축제 때 유명 연예인을 불러 공연을 하면 학생들은 있는 그대로 공연을 즐기지 않고 모두 핸드폰을 꺼내 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아무래도 카메라에 신경이 가 있으면 경험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방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학생이 일제히 카메라를 켠다. 오죽하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핸드폰이 라이브 경험을 촬영하는 데 최적의 카메라를 장착했다는 점 하나로 요즘 세대에게 소구하고 있다니... 


그런데 여기서 또 질문이 생긴다. 굳이 SNS에 사진을 올려서 '나 이런 데서 놀다 왔어'라고 알려야 하나? 그렇다. 그들은 알려야 한다. 왜~~~? 


나는 여기서 요즘 세대(특히 코로나를 온몸으로 맞은 세대)의 사회화에 문제의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대개 가족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사회화를 경험하지 못한다. 

학교는 학업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었고, 가족끼리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좋은 면도 많지만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고 인간성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경쟁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면 서로를 가르려는 욕망이 생긴다. 예컨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온몸을 갈아넣어 얻은 학벌인데 나를 똑같이 취급한다고? 학생들 사이에는 정시와 수시 출신, 자사고/특목고와 일반고 출신, 서울과 비서울 출신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학생들 스스로 편을 가르고 벽을 친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비추어 공정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환경에 의해 학습되었기 때문이다. (위정자들은 교육을 왜 이따위로 만들었는지 정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요즘 세대는 친구끼리도 프라이버시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개인 정보는 '안물안궁'이다. 그러니 친구와 싸워서 기분이 나쁠 때도, 성적으로 힘들 때도,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도 털어놓고 SNS를 찾는 수밖에 없다.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며 자신의 스토리와 감정을 SNS상에 라이브로 쏟아내고, 또 방문자(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도 있음)로부터 위로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파편화되고 피상적으로 변한 현실의 인간 관계를 통해 채울 수 없는 관계성 니즈를 SNS에서 충족하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다. 

SNS는 이제 단순히 친교하는 공간을 넘어 '사회화' 수단으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Professor Kiwan Park

SNU BUSINESS SCHOOL

Professor Kiwan Park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Seoul, Republic of Korea, 08826

Tel. +82-2-880-2596 l E-mail. Kiwanp@snu.ac.kr


SINCE 2016

UPDATED SEPTEMBE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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