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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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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과 노벨상

2023-10-03
조회수 224

오늘은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인 10월 3일. 요즘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인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속속 분야별로 발표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은 주종목인 양궁을 비롯해 수영, 펜싱에서 선전을 했거나 하고 있고 이미 메달도 많이 수확했다. 그런데 한국여자농구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많은 점수차로 패했고, 어제 한국야구는 대만에게 한점도 얻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아시안게임 시작 전부터 이번 목표는 종합 3위라 해서 좀 이상하다 싶었다. 이번에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3위를 목표로 한단다. 뭐 종합 순위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선수들 입장에서는 몇년 동안 몸을 갈아넣으면서 노력했으니 그 보답을 얻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으랴. 암튼 우리는 항상 중국 다음 2위가 너무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아마도 전세계 국가 중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의 특수한 역사 때문에 일본에 뒤지는 것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일본은 무서운 나라고 무시무시한 저력이 있다. 아시안게임만 놓고 보면, 일본은 지난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엘리트 스포츠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그 효과가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계속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일본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인지 목표를 3위로 잡은 것은 오히려 솔직해서 당당해 보인다. 

그런데, 자본주의 세상에서 결과를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아니 굳이 자본주의를 말하지 않더라도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농구와 야구에서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것은 그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일본에 가진 투혼과는 별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무조건 열심히 노력하고 몸을 불살라 투혼을 발휘하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자 오산이다. 적어도 농구와 야구에 관한 한 일본의 인프라와 저변은 도저히 우리가 단시간에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무조건 엘리트 스포츠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가능성이 없다. 그만큼 저변인구와 충분한 인프라가 있어야 지속가능한 성과가 나온다. 안타깝게 경기에 지고 풀죽어 있는 선수들이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 행정가와 스포츠계, 그리고 나아가 정부의 관련 부서, 정치권의 문제다. 투자가 부족하고, 훌륭한 선수를 양성할 환경이 마련되지 못했는데 어찌 국제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스포츠야 잘 하면 좋고 가끔은 국민의 연대감을 높일 수 있지만 좀 못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더 문제는 노벨상이다. 안타깝게도 올해에도 노벨상 수상에 대한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다. 노벨상을 못 받는다 해도 그게 뭐 그리 대수냐 할지 모른다. 노벨상 못 받아도 국가는 굴러간다. 하지만 노벨상은 그 나라의 문화와 과학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가늠자다. 

현재와 같이 연구에 대한 투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투자도 나눠먹기 식이거나 빠르게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일부 분야에만 지원한다면 노벨상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차지가 되기 힘들다. 이번에 노벨 생리학상은 mRNA 방식으로 과거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공을 세운 두 명의 의과대학 교수(Katalin Karikó and Drew Weissman)에게 돌아갔다. 통상적으로 수십 년이 지난 연구에 수여하던 과거와는 달리, 불과 몇년 전 성과에 노벨상을 수여했다며 이례적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하지만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mRNA 방식의 백신을 만들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기초 연구가 없었다면 이번 백신도 개발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 연구는 이미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으며 좌절스런 경험의 결과였다고 한다. 그들이 코로나라는 상황이 올지 미리 예측하고 쓰임이 있을지도 모를 그 연구를 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카탈리나 카리코 교수는 원래 헝가리 출신으로 1989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연구 조교수로 합류했는데, 그녀의 연구비 지원은 거부당하기 일쑤였고, 연간 월급도 6만 달러 이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우연히 와이즈만 교수와 복사기 앞에서 만난 것이 인연이 되어 같이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수년간 협력하여 2005년에 mRNA를 조작하여 체내에 주입하여 면역 반응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사이언스(Science)와 네이처(Nature) 같은 저명저널에는 게재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카리코는 결국 2013년 학교를 떠나 지금의 BioNTech(Pfizer-BioNTech 백신 소속)으로 자리을 옮겼다. 하지만 그들의 연구 덕분에 mRNA 방법을 통한 백신 개발은 다양한 질병에 적용되고 있다. Moderna와 BioNTech는 현재 RSV, HIV, Zika, 말라리아, 대상포진, 독감 및 암에 대한 mRNA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기초 연구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씨앗이 되는 연구에 과감히 투자하고 장기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절대로 그런 연구는 나올 수 없다. 기초연구가 없으면 응용연구도 없고, 그러면 기술패권주의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바꾸어 말하면, 환경이 인재를 만든다. 

아시안게임을 보면서 노벨상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 나만의 착각일까? 


이 글을 쓰고 몇일 뒤...

  • 10월 7일 야구는 대만을 이기고, 남자축구는 일본을 이기고 우승했다. 
  • 10월 5일에는 여자농구가 북한을 크게 이겨 동메달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는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너무 가혹한 평가일까?


Professor Kiwan Park

SNU BUSINESS SCHOOL

Professor Kiwan Park

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Seoul, Republic of Korea, 08826

Tel. +82-2-880-2596 l E-mail. Kiwanp@snu.ac.kr


SINC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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