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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이 공간은 주제별로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 곳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생각들도 있고, 정답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차피 ‘비정상의 정상화’가 뉴노멀인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생각의 자유로움이야말로 다소 낯설지만 생각지 못한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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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케팅이 인기 없는 진짜 이유, 그리고 (그래도 긍정적인) 마케팅의 미래 - 3/3

2023-09-15
조회수 264

2편에서 술과 문화의 상보성(상호보완성)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관련하여 MBA 학생에게 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삼성은 매우 하드웨어 지향적 기술 기업이다. 당연히 조직 내 엔지니어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한 때 가치사슬의 전방 활동(지적 재산권, 기술개발)과 더불어 '소프트 파워'라 해서 가치 사슬의 후방 활동(마케팅, 서비스, 콘텐츠)을 강조한 적 있다. 하지만 소프트 영역에 대한 삼성의 투자는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헸다. 스마트홈을 위한 IoT 플랫폼 구축을 위해 인수한 스마트싱스도, 빅스비 서비스를 둘러싼 AI, 클라우드 사업도 별로 신통치 못했다. 

최근 EU에서는 플랫폼을 기업을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발표하면서 규제 대상 기업·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미국의 알파벳(구글 모회사), 아마존, 애플,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중국의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6개 기업의 22개 서비스가 이 법의 규제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삼성은 원래 규제 대상 후보였지만 나중에 빠졌다. EU는 삼성을 플랫폼 사업자가 아니라 단순 스마트폰 제조사로 본 것이다. 삼성도 삼성인터넷과 갤럭시스토어 등이 있지만 구글 크롬이나 애플 앱스토어에 비해 점유율도 낮고 삼성 스마트폰에서 삼성 서비스 외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개방성 때문이었다. 

당장의 규제에서 빠졌으니 마냥 좋아해야 될까? 역으로 생각하면 이 법안은 삼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스마트폰만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 신세라는 점을 선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소프트파워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다. 디자이너, 심리학, 인류학자, 철학 등 인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소프트파워는 생기지 않는다. 그나마 기술 관련해서는 삼성종합기술원이라는 조직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는 있지만(그것도 내부인의 말로는 그닥 신통치 못하다는...), MIT의 미디어랩 같은 기술과 문화의 접목을 관장하는 조직은 없는 것 같다. 열나게 기술 개발해서 하드웨어 개발해도 시장의 가장 큰 파이는 소프트 사업을 잘 하는 브랜드로 간다. 뭐, 물론 자기가 잘 하는 것 계속 하는 게, 그거라도 잘 하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뉴닉. EU 디지털시장법 발표. 2023-09-14. https://newneek.co/post/YMPl6M

정빛나. EU, '빅테크 특별규제' 삼성만 제외…애플·구글 등 6개사 확정. 연합뉴스. 2023-09-06. https://www.yna.co.kr/view/AKR20230905161351098

김성미, 삼성, 사물인터넷 기업 스마트싱스 인수 3년…성과는. 더벨. 2017-07-17.


그럼 문제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이론과 체계도 없어보여 소위 경계가 불분명한 문화에 대한 소양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기술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일정 수준까지 소양을 쌓는 것은 가능하다(고 대부분 학생들이 생각한다). 경영학 내에서는 법이나 회계, 재무/금융이 비슷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은 문화도 마찬가지다. 물론 자연과학이나 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학문만큼 그 경계가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소프트한 학문분야도 나름의 지식체계(이론)와 논리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실상 자연과학이나 제도 기반의 학문도 표면적 지식의 이면에 작동하는 원리를 꿰뚫고 있어야 탁월한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과적 소양이나 문과적 소양이나 학습 방식은 동일하다. 

내가 요즘 강조하는 부분은 문제/주제 의식과 비판적/자유로운 사고다.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하지만, 문제/주제 의식이 없으면 큰 의미가 없다. 내가 알고 싶은, 풀고 싶어 정말 못 견딜 정도로 궁금한 주제 의식이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실마리를 찾거나 (정답은 아니라도) 나름의 해결책을 알아내면서 희열을 느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요즘 대학(물론 초중고 교육은 더 그렇다)은 그냥 지식을 전달하는 학원과 별다름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런 식으로 대학졸업도 수능같은 시험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왜냐하면 졸업시험을 위한 지식 전수를 (거의 1의 확률로) 교수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할 일타 강사들이 나타나 학생들에게 먹기 좋은 형태로 지식을 전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홈페이지의 메뉴 'Teaching/CX Design/사고의 자유로움' 참고하기 바란다)

문제/주제 의식이 없다는 말은 관심이 없다는 말이고 관심이 없으면 감수성이 무뎌진다. 감수성이 무뎌지면 질문이 안 생긴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도 적어진다. 새롭게 들어오는 정보는 그저 한 조각의 파편적 지식일 뿐 나의 목적, 관심사, 가치, 철학, 관점과는 연결되지 못한다. 결국 비판적/자유로운 사고의 출발은 문제/주제 의식이다. 질문이 생기면 그건 나만의 지식체계를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왜냐하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내가 궁금한, 그리고 나의 성장을 도와줄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음 순서는 그 자신만의 질문을 해소하기 위한 고민의 여정이다. 책을 찾아보고, 강의를 듣고, 인터넷을 찾아보고, 주변 동료나 선생을 만나 물어봄으로써 자기만의 답안을 써내려 가야 한다. 사실 이건 연구를 업으로 하는 연구자(교수, 박사과정생, 연구원)가 가져야 할 태도다. 학부생의 마인드로 수업을 듣고 시험보는 것이 이들에게는 경쟁의 룰이 아니다. 수업은 철저히 자신의 연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그런데, 나는 모든 학부생을 포함해 학생들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초중고야 그렇다 치더라도 적어도 대학에 와서는 자신의 문제를 찾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학생들이 그러한 과정을 경험하도록 교육을 혁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축전된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고 실전에 가면 어김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취업 면접에서, 직장에서 의사결정할 때,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남들과는 다른 역량을 보이는 기반이 된다. 

이제 공부의 룰도 바뀌어야 한다.

Professor Kiwan Park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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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Seoul, Republic of Korea, 08826

Tel. +82-2-880-2596 l E-mail. Kiwan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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