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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이 공간은 주제별로 제가 가진 생각을 나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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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케팅이 인기 없는 진짜 이유, 그리고 (그래도 긍정적인) 마케팅의 미래 - 1/3

2023-09-13
조회수 174

내가 학부에서 공부하던 시절 경영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경험했듯 경영학은 학문적 정치성도 없어 보이고, 최신 트렌드도 그닥 잘 담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1학년 갓 입학하여 수강하는 경제학 원론과 경영학 원론을 비교해 보면 전공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난 졸업할 무렵인 4학년이 되고서야 제대로 된 마케팅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갓 임용되신 신진 교수님들이 완벽히 새롭게 무장된 선진 지식으로 마케팅의 신세계로 인도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마케팅은 서양에서 갓 들어온 최신 서학이었다. 마케팅 수업은 항상 만원이었고 수강 신청이 어려웠다. 나 역시 마케팅에 매료된 나머지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약간의 고민은 있었지만) 결국은 마케팅을 전공하였다. 물론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마케팅 교수가 될 거라고는 별로 생각치 않았지만. 

하지만 지금은 마케팅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기업에서 강의나 자문을 요청하는 분야를 보면 마케팅은 거의 대부분 후 순위로 밀려있다. 이제 쌈박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주기에 마케팅은 학문적으로도 너무 진부해 보인다. 게다가 기술만능주의가 도래하여 마케팅 기능도 통계학이나 인공지능을 공부한 사람에게 양도되고 있는 형편이다. 퇴직하신 교수님 표현을 빌면, 마케팅은 이제 'common sense (상식)'이 되어 버렸다. 그 말은 더 이상 전문성을 인정받기 힘든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뜻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정확하게는 알고 있는 듯 착각하고), 알아야 하는 지식이므로 특정 집단의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마케팅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노스웨스턴 대학의 필립 코틀러 교수 때문에 사양길에 접어든 측면도 있다. 아직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MBA 마케팅 수업의 필수 교재로 사용되는 그의 명저(?)는 통찰력과 혜안을 주는 고전이라기보다 세상의 모든 마케팅 지식을 끌어다 모은 백과사전에 불과하다. 그가 남긴 레거시 때문에 마케팅은 공부해도 공부한 것 같지 않고, 공부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구분이 모호한, 도무지 알 수 없는 학문이 되어 버렸다.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별로 엣지가 없는 학문이 되어 버렸다. 물론 울림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식적인 행태로 소비자의 배신감을 유발한 기업의 잘못된 마케팅 관행도 한몫 했다. 

이런 배경 하에 마케팅의 사양화를 불러 온 카운터 펀치는 불확실성이 높아져 버린 시대 상황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그에 대한 보상 심리로 안정적이고 명확한 것을 찾는 경향이 있다(Cutright, 2012). 마케팅 공부는 시대 변화에 민감하니 안정적이지도 않고, 말로 대충 때우는 것 같으니 명확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많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심리에 별로 맞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정적이고 명확한, 다시 말해 눈에 보이는 하드 스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진다. 그래서 제도를 다루는 회계나 법, 기술을 다루는 공학, 일부 자연과학 등의 인기가 높아진다. 반면, 마케팅을 위시한 여러 사회과학과 인문학 같이 사람을 다루는 소프트 스킬은 논리도 없고 이론도 없다고 생각되어 시장에서 외면당한다. 

가끔 서점에 가보면 이상하게도 자연과학이나 공학 교과서는 비닐로 봉인되어 내용을 보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그런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항상 궁금하던 차에 갑자기 나만의 답이 떠올랐다. 출판사(와 저자)는 이과적 소양은 확실한 앎이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으므로 학생들이 교과서를 들여다보는 순간 바로 지식을 쉽게 흡수할 수 있고, 그러면 교과서가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마케팅의 사양화는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 변화와 이에 대응하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만들어낸 결과다. 

Cutright, K. M. (2012). The beauty of boundaries: When and why we seek structure in consump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38(5), 775-790. 

Professor Kiwan Park

SNU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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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 National University, 1 Gwanak-ro, Seoul, Republic of Korea, 08826

Tel. +82-2-880-2596 l E-mail. Kiwanp@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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