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의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9월 7일 방송을 듣고서
무신사는 곧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신사옥에 지을 어린이집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어린이집 짓는 것보다 벌금 내는 게 싸게 먹혀서라는데. 전 국가적으로 저출산 대책으로 난리를 치는데(실은 난리를 치는 것처럼 보일뿐이지, 실상 제대로 된 효과적 정책과 집행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기업들도 ESG 시대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동분서주하는데, 시대를 역행해도 너무 역행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향후 10여년 간 취업시장 진입 인구가 (약간 과장하면) 200만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면 기업도 학교도 정부도 어떻게 버틸 것인가?
정말 벌금이 더 쌀까? 법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근로자 500명 이상 혹은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경우 어린이집을 사옥 1층에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2022년 5월 말 발표한 2021년 자료(노동부,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 설치 이행률 91%에 다다른다. 1,486개소 1,351개소가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만약 이 규정을 위반하면, 1차 위반 시 과태료 5천만원, 2차 위반 시 1억, 3차 이상은 계속 연간 1억을 벌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지자체에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1억원 부과될 수 있다.
나는 이 문제가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는('못한'이 아니라 '않는') 사람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마인드셋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지 못하는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철학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다. 게다가 저출산율이라는 국가적 주제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실제로 어린이집은 기업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한다. 어린이집을 짓지 않음으로써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재무적 비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부모 직장인들이 아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함으로써 얻어지는 생산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 애가 타도 눈치가 보여 회사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무슨 일이 되겠는가? 잘 되는 기업은 외부 고객에 앞서 내부 고객을 케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 규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가장 많은 드는 소명 사유는 수요 부족이라고 한다. 대규모 사업장 중 3회 이상 미이행으로 공표된 곳도 7군데에 이른다. 모두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업장이다. 글로벌 경쟁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아무리 떠들어대봤자 직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글로벌 유수 사례를 강의할 때면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관료적 조직구조에도 문제가 있고,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브랜딩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수요가 부족하다고? 직장 내 수요가 작으면 지역으로 문을 개방하여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많은 보조금을 받아 가면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서비스를 보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정말 직원과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긍심이 나오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수요가 문제가 아니라 아마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면 직장에서 찍힐까봐 말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 들을 수 있는 감수성(sensibilities)이 없는 조직이 어떻게 외부 고객에게 감동적인 마케팅을 선사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가 단순히 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본적 생각의 뿌리, 즉 마인드셋(문화 의식)의 문제다. 그리고 잘못된 마인드셋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데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이 누리는 특별 복지가 아니다. 그들이, 또 그들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길게 보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덕이 된다. 우리는 왜 남들이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가? 남들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이고 한 배를 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퍼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런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제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의식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뒤처져 있으면서 새로운 제도만 심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제도조차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2자녀 혜택, 육아휴직 1년 6개월 상향 등 모성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그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내 생각에 물론 제도도 한두가지 땜질식으로 고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holistic) 시각에서 진단하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철학과 정신, 그리고 문화와 의식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몸도 따르지 않는다.
무신사가 단시간에 패션업계를 장악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마치 스스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대한 논란이 생길 정도로 내부 스크리닝 기능이 없다면 그건 단지 한두 명의 생각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각이다. 그러면 후진기업이다. 몸집은 컸을지 몰라도 머리는 아직 유아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다름없다. 북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양적 경제규모가 커서 선진국이라고 하는가? G2라고 하는 중국을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르는가?
무신사는 앞으로 사이즈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기를 바란다.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브랜드 자산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열 번 잘해도 한번 삐끗하면 무너지는 것이 브랜드다. 안그래도 요즘 갑질(나의 개인적 경험까지 포함)한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마당에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다.
그냥 철회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사과해야 한다. 브랜드를 망치지 않으려면...
YTN의 슬기로운 라디오 생활 9월 7일 방송을 듣고서
무신사는 곧 신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신사옥에 지을 어린이집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그 이유가 걸작(?)이다. 어린이집 짓는 것보다 벌금 내는 게 싸게 먹혀서라는데. 전 국가적으로 저출산 대책으로 난리를 치는데(실은 난리를 치는 것처럼 보일뿐이지, 실상 제대로 된 효과적 정책과 집행이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기업들도 ESG 시대에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동분서주하는데, 시대를 역행해도 너무 역행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향후 10여년 간 취업시장 진입 인구가 (약간 과장하면) 200만명이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면 기업도 학교도 정부도 어떻게 버틸 것인가?
정말 벌금이 더 쌀까? 법규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근로자 500명 이상 혹은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경우 어린이집을 사옥 1층에 설치하거나 위탁보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2022년 5월 말 발표한 2021년 자료(노동부, 보건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 설치 이행률 91%에 다다른다. 1,486개소 1,351개소가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 만약 이 규정을 위반하면, 1차 위반 시 과태료 5천만원, 2차 위반 시 1억, 3차 이상은 계속 연간 1억을 벌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지자체에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도 1억원 부과될 수 있다.
나는 이 문제가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는('못한'이 아니라 '않는') 사람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것을 돈으로 보는 마인드셋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보지 못하는 역량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철학자의 말처럼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다. 게다가 저출산율이라는 국가적 주제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실제로 어린이집은 기업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한다. 어린이집을 짓지 않음으로써 눈 앞에 보이는 당장의 재무적 비용은 줄어들지 몰라도, 부모 직장인들이 아이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함으로써 얻어지는 생산성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는 장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겨 애가 타도 눈치가 보여 회사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면서 무슨 일이 되겠는가? 잘 되는 기업은 외부 고객에 앞서 내부 고객을 케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직장 어린이집 규정을 지키지 않는 기업이 가장 많은 드는 소명 사유는 수요 부족이라고 한다. 대규모 사업장 중 3회 이상 미이행으로 공표된 곳도 7군데에 이른다. 모두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사업장이다. 글로벌 경쟁이니, 4차산업혁명이니 아무리 떠들어대봤자 직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글로벌 유수 사례를 강의할 때면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이행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관료적 조직구조에도 문제가 있고,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브랜딩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수요가 부족하다고? 직장 내 수요가 작으면 지역으로 문을 개방하여 양질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많은 보조금을 받아 가면서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서비스를 보는 직원들의 마음은 어떨까? 정말 직원과 지역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긍심이 나오지 않을까? 내 생각에는 수요가 문제가 아니라 아마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하면 직장에서 찍힐까봐 말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 들을 수 있는 감수성(sensibilities)이 없는 조직이 어떻게 외부 고객에게 감동적인 마케팅을 선사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문제가 단순히 돈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본적 생각의 뿌리, 즉 마인드셋(문화 의식)의 문제다. 그리고 잘못된 마인드셋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데서 연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은 소수의 운 좋은 사람이 누리는 특별 복지가 아니다. 그들이, 또 그들의 아이들이 혜택을 받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길게 보면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덕이 된다. 우리는 왜 남들이 잘 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가? 남들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이고 한 배를 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이 퍼지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이런 걸 보면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다. 제도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의식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 뒤처져 있으면서 새로운 제도만 심어 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제도조차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데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2자녀 혜택, 육아휴직 1년 6개월 상향 등 모성보호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그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내 생각에 물론 제도도 한두가지 땜질식으로 고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holistic) 시각에서 진단하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철학과 정신, 그리고 문화와 의식이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몸도 따르지 않는다.
무신사가 단시간에 패션업계를 장악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마치 스스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대한 논란이 생길 정도로 내부 스크리닝 기능이 없다면 그건 단지 한두 명의 생각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각이다. 그러면 후진기업이다. 몸집은 컸을지 몰라도 머리는 아직 유아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다름없다. 북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양적 경제규모가 커서 선진국이라고 하는가? G2라고 하는 중국을 우리는 선진국이라 부르는가?
무신사는 앞으로 사이즈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기를 바란다.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하기에는 브랜드 자산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열 번 잘해도 한번 삐끗하면 무너지는 것이 브랜드다. 안그래도 요즘 갑질(나의 개인적 경험까지 포함)한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마당에 엄청난 문제를 일으켰다.
그냥 철회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사과해야 한다. 브랜드를 망치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