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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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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으로부터 생각해보는 (올바른) 브랜딩의 길

2024-02-08
조회수 210

2024년 2월 7일, 우승을 향해 도전하던 한국 축구는 요르단에 패하며 아시안컵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으로 뭐라 변명하기 힘든 완벽한 패배. 우승을 자신하며 아시안컵이 끝날 때까지 자신을 믿어 달라던 클린스만 감독의 변명(?)이 이제는 무색해졌다. 역대 최강 멤버라는 화려한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졸전 끝에 막을 내린 이유는 뭘까? 물론 준결승 진출이라는 성적 자체만 놓고 보면, 이전 벤투 감독 때보다 더 좋았지만 내용을 보면 기대에 못 미쳐도 한참 못 미친 엉망진창이었다. 

준결승전 외에는 1승 4무로 패가 없다고 감독은 주장했지만 연장전을 제외하고 정규 시간만 따지면 2무 3패다(아래 그림 참고). 연장 시간에 소위 극장골을 통해 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팬들의 흥분과 재미를 고조시킨 건 사실이지만, 역으로 왠지 불안한 감을 지우지 못한 건 나만의 걱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일찌감치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역대 어느 때보다 강하게 내고 있었다.

[출처] https://www.hani.co.kr/arti/sports/soccer/1127387.html

축구 대표팀의 실적 저하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승행 좌절 이후 패배의 원인은 자신이라며 울먹이던 주장 손흥민 선수의 잘못일까? 준결승전에서 결정적 실수를 범해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한 박용우 선수의 잘못인가? 아니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수비의 핵, 김민재 선수의 잘못인가? 물론 이런 요소들이 실패에 일부 영향을 줬을지는 몰라도 근본 원인은 결코 아니다. 

준결승전이 패배로 끝나고 나는 실시간으로 진행하던 축구 관련 유튜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축구전문 유명 해설가 등 축구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채널이었는데, 그들도 답답한 마음이 컸던지 축구협회와 감독을 향한 불만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렇다. 문제는 선수가 아니라 이들을 코칭하고 지원하는 그들이었다. 이미 끝난 경기를 놓고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소위 사후확신편향(hindsight bias)이 아니라 그들은 이미 여기저기서 참사를 예견하였었다. 

한마디로 실패의 원인은 전략과 전술의 부재,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비전의 부재다. 감독(+축구협회)의 문제라는 말이다. 이토록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단 말인가? 맞다. 리더가 누군지, 그의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그에 따른 전략과 전술이 어떻게 실행되는지는 브랜딩의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전략과 전술의 부재

이번 대회 내내, 아니 그 이전부터 클린스만호의 전략은 없었다. 빌드업을 지향하던 벤투호나 체력 증진에 집중하던 초기 히딩크호에 대해서도 엄청난 비판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꿋꿋이 밀고 나갔고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클린스만의 전략은 무엇인가? 

이번 대회, 선수 기용만 보더라도 이는 명확하다. 감독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을 바꿀 수 있도록 최소한 3가지 시나리오를 들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런데, 예선부터 시작된 부진에 대해 이렇다 할 대응책은 없었다. 어떤 상황 변화에도 최정예 멤버를 고수하고 대체 선수들의 기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라인업 외 다른 선수를 기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한 가지 전략 외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다 보니 주전 선수들의 체력은 방전되었고 준결승전 졸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경영에서도 최근 시장의 변화가 워낙 빠르고 범위가 넓다 보니 예측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계획했던 대로 예측이 틀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브랜딩에서도 상황에 따른 대응 전략, 즉 위험헷징이 중요해지고 있다. 

클린스만의 전략 부재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는 (아마도 추론컴대) 지나친 과신과 고집이다. 조직이론에서는 이를 '성공의 덫'이라 부른다. 클린스만은 자신이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날리던 80-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신 트렌드에 대한 끊임없는 학습은 고사하고, 자신의 지식과 범위 내에서도 한가지 전략만을 고수하는 것, 그것은 소신이 아니라 과신과 고집이다. 귀를 열어 놓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열린 마음이 없으면 그저 꼰대일 뿐이다. 스타플레이 선수가 초라한 지도자로 전락한다면, 자신에 대한 지나친 환상 때문에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 가능성이 크다. 

전략이 없으니 당연히 선수들의 개인 역량에 기댈 수밖에 없다. 손흥민, 이강인의 공격력, 조현우의 살신 선방, 김민재의 수비력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마 예전에 탈락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이나 후반 연장 시간에 만들어낸 드라마는 감독의 전략 때문이 아니라 탁월한 개인 역량을 가진 선수들의 몸을 사르는 투혼과 정신력 때문이었다. 누구나 아는 이 사실을 감독만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기 싫은 감독의 외면이었을까? 

예선전을 치른 후 요르단 골키퍼는 한국은 대응하기 쉬운 팀이라 말했다. 왜냐하면 몇몇 주요 선수들만 잘 방어하면 되기 때문이다. 손흥민처럼 아무리 개인 역량이 뛰어나도 여러 명 달라 붙어 방어하면 실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요르단 골키피의 언급은 한국팀의 전략 부재를 콕 집은 뼈아픈 지적이다. 


2. 비전의 부재

전략의 부재는 철학과 비전의 부재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장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명확한 비전이 있으면 그 방향성에 맞추어 꾸준히 노력할 동기가 생기고,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결과도 따라온다. 물론 그 비전이라는 것은 현 시대의 트렌드와 잘 맞아야 한다. 그러러면 지도자는 끊임없이 학습해야 한다.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는 언러닝(unlearning)이 필요하다. 클린스만은 현대시대에 걸맞은 자신만의 축구에 대한 철학과 그에 따른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많은 경우 철학과 비전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멋진 말만 늘어놓으면 철학과 비전이 생기는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그게 실제 성과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당대 최고 수준의 감독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아집이 아닌) 철학과 비전이 뚜렷하다. 축구 전문가들조차 클린스만의 축구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축구를 잘 모르는 (나를 포함한) 일반 사람들도 이번 경기를 보면서 도대체 전략이라는 것이 있기나 한지 답답해했다. 

클린스만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일축하며 귀국 후 이번 대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앞으로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분석은 우리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보다 뭘 잘 했는지에 초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령 우승을 차지했더라도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이 더 많은(내 생각에 사실 잘한 것은 거의 없다) 본 대회를 복기하면서 부족한 점을 철저하게 뜯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분석하는 것도 철학과 비전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전략에는 명과 암이 동시에 존재하고, 어떤 전략적 관점으로 보는지에 따라 동일한 점이 좋게도 혹은 나쁘게도 보이기 때문이다. 철학과 비전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잘잘못을 분석하겠다는 것인가? 


3. 팀 조직력이 아닌 개인(의 역량)에 기댄 요행

축구도 그렇고 브랜딩도 그렇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한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인 경기가 아니라 팀 경기라는 말이다. 매니저의 빅 픽처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실행해야 제대로 브랜딩이 이루어진다. 이번 대표팀만큼 개인의 역량이 뛰어난 적이 있었던가?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스타급 인재만 모아 놓는다고 해서 스타 브랜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스타급 인재들은 자신만의 고집이 많아서 서로 유기적으로 화합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물론 손흥민처럼 실력도 인성도 좋은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선수(일선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코칭 스태프(임원), 의료진을 포함한 지원팀(지원부서 스태프), 그리고 이 모든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축구협회(이사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한다. 

유튜브 생중계 진행자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축구협회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린스만을 선임할 때부터 여러 잡음이 많았지만, 그리고 이번 대회가 (단순히 팬들의 비난을 넘어) 심각한 문제를 남겼지만 아마도 축구협회는 클린스만을 경질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내 생각에도 그대로 밀고 갈 확률이 거의 99%다 -->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아래 덧붙이는 생각 참고). 그것이 정치적인 이유든, 아니면 재정적인 이유든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축구는 세계축구와는 물론이고 아시아권에서도 2등 그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는 정작 책임 있는 자들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몸을 던지는 애먼 선수들과 열성적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는 팬들이 감수해야 한다. 


[덧붙이는 생각] 

2024년 2월 14일 영국매체 The Sun은 요르단과의 준결승을 앞두고 한국 주축 선수인 손흥민과 이강인 간 불협화음을 기사로 발표하였다(아래 링크). 둘 다 모든 잘못한 측면이 있고, 이강인이 바로 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사건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클린스만의 경질은 시간문제!) 내가 보기에 이강인의 잘못이 더 커 보인다. 물론 가장 잘못한 자는 클린스만과 축협이지만. 이강인은 유년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이른바 MZ세대다. MZ세대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이 신선한하고 당당한 젊음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미숙한 철부지 행동일 경우도 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주장의 의도를 좀 더 생각했다면(물론 손흥민이 자신의 생각을 알린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그리 행동하지는 말았어야 한다. 중요한 대회에서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주먹질이라니...(그것이 전해지는 대로 만약 사실이라면) 이게 말이나 될 법한일인가? 그리고 이 모든 책임은 팀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내팽개친 감독의 잘못이 크다. 그리고 잘못된 감독의 선임에는 룰과 체계를 무시한 축협과 회장이 있었다. 

감독 하나 바꾸었는데 팀이 이렇게 달라지나 싶을 때가 있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가 그랬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그랬다. 리더는 가만히 앉는 것 같아도 다른 사람보다 항상 생각이 한걸음 더 뻗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한다. 새로운 지식은 물론이고, 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 특히 감독 클린스만, 축협 회장은 리더로서의 품격과 자질이 부족함에 틀림없다.

[The SUN] Lee Kang-in apologises to fans after Tottenham star Son Heung-min dislocated finger in ping pong bust-up at Asian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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