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기보충형 구독 모델을 택하는 ‘와이즐리(wisely)’에 대해 알아보자. 와이즐리는 2017년 날 면도기 산업에서 창업한 구독 기반 스타트업이다. 면도기 산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초정밀 커팅이나 피부 보호 등 기술력을 내세우는 기술 주도형 산업이다. 둘째,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여 차별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차별화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효과적이다가도 경쟁자에 의해 금방 모방된다. 광고 역시 차별화가 쉽지 않다. 대부분 브랜드가 유사한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다. 유명인사가 나와 남성미를 강조하고 뛰어난 성능의 기술력을 어필한다. 이러다 보니 시장은 고착화되어 있다. 상위 세 기업이 9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는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즐리는 어떤가? 시장 진입 5년 만에 무려 9%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온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단 고객의 통점을 간파한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면도기는 항상 사용하는 상품이고 위생과 관련있기 때문에 자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위 ‘면도기-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 모델은, 면도기는 싼 가격에 팔고 비싼 면도날로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피부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면도날이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자주 구매하기 어렵다. 면도날의 부식과 청결이 중요하지만 소비자는 정작 자주 구매하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굳이 가성비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의 아픔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다. 와이즐리는 이 점을 꿰뚫어 보았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면도기를 구독 모델을 통해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모델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와이즐리는 고객의 심리적 저항감을 적극 활용했다. ‘남성 소비자들은 평생 속고 살았습니다’, ‘불합리한 시장을 바꿔나갑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위 브랜드의 원가율이 가격의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각하였다. 구독 모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유통 마진을 줄이고 원가율을 가격의 80% 이상이 되도록 설정했다. 고객들은 와이즐리의 면도기를 구매함으로써 거대 기업의 횡포에 대한 자신들의 반항적 목소리를 내고 불공정성을 개선하려는 와이즐리의 미션을 지지하게 되었다.
와이즐리와 같이 정기구독형 구독을 채택하는 소비재 브랜드는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전에 한두 개의 주력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라인업을 줄이고 유통채널을 없애는 대신,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상품의 다양성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경우 구독 모델의 핵심 정신인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간단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자율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브래지어를 파는 경우, 심플한/화려한 디자인, 와이어가 있는/없는 스타일 등 몇 가지 선택지(고객 및 상품 페르소나)를 주고 선호를 물어보면 라인업의 복잡도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래 사례는 구독 모델 중 하나인 정기보충형의 대표 사례인 와이즐리에 대한 내용입니다.
스티치 픽스처럼 큐레이션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일부 패션이나 뷰티 업종을 제외하고는[1] 대부분 상품 다양성보다 고퀄리티의 ‘주력(flagship)’ 아이템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2] 하지만, 이 점은 역으로 아킬레스 건이다. 즉, 정기보충형의 단점은 상품의 다양성이 낮다는 점이다. 생필품은 항상 필요한 것이라 계속 구매해야 하므로 굳이 다양한 상품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품을 하나 정하면 그걸 계속 소비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량에 변동이 별로 없다. 낮아지지도 않지만 높아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내생적으로 성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1] 큐레이션을 핵심 가치로 내건다면 업종의 종류나 (겉으로 드러난) 구독 모델에 관계없이 스스로를 VOD형 모델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스티치 픽스는 소비재(의류)에 속하고 정기적으로 픽스를 통해 패션 아이템을 보내니 겉으로 보기에는 정기보충형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맞춤형 큐레이션’이기 때문에 VOD형 구독 모델의 룰을 따라야 한다. 자신의 업을 어떻게 규정하는지는 고객 가치와 경쟁 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분류표 상의 기준을 들이대며 자신을 옭아매거나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신라호텔은 서비스업 브랜드인가? 기아는 자동차 제조업 브랜드인가? 스와치(Swatch)는 손목시계 브랜드인가? LG U+는 이동통신사업자인가?
[2] 정기보충형 구독 모델을 택하는 ‘와이즐리(wisely)’에 대해 알아보자. 와이즐리는 2017년 날 면도기 산업에서 창업한 구독 기반 스타트업이다. 면도기 산업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초정밀 커팅이나 피부 보호 등 기술력을 내세우는 기술 주도형 산업이다. 둘째, 경쟁이 매우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이런 환경에서 대부분의 경쟁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여 차별화 방법을 모색한다. 하지만, 차별화는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효과적이다가도 경쟁자에 의해 금방 모방된다. 광고 역시 차별화가 쉽지 않다. 대부분 브랜드가 유사한 내용의 광고를 내보낸다. 유명인사가 나와 남성미를 강조하고 뛰어난 성능의 기술력을 어필한다. 이러다 보니 시장은 고착화되어 있다. 상위 세 기업이 9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서는 도저히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즐리는 어떤가? 시장 진입 5년 만에 무려 9%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온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일단 고객의 통점을 간파한 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면도기는 항상 사용하는 상품이고 위생과 관련있기 때문에 자주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위 ‘면도기-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 모델은, 면도기는 싼 가격에 팔고 비싼 면도날로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피부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면도날이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자주 구매하기 어렵다. 면도날의 부식과 청결이 중요하지만 소비자는 정작 자주 구매하지 못한다는 딜레마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굳이 가성비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의 아픔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다. 와이즐리는 이 점을 꿰뚫어 보았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면도기를 구독 모델을 통해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모델로 성공을 거둔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와이즐리는 고객의 심리적 저항감을 적극 활용했다. ‘남성 소비자들은 평생 속고 살았습니다’, ‘불합리한 시장을 바꿔나갑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상위 브랜드의 원가율이 가격의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각하였다. 구독 모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판매함으로써 유통 마진을 줄이고 원가율을 가격의 80% 이상이 되도록 설정했다. 고객들은 와이즐리의 면도기를 구매함으로써 거대 기업의 횡포에 대한 자신들의 반항적 목소리를 내고 불공정성을 개선하려는 와이즐리의 미션을 지지하게 되었다.
와이즐리와 같이 정기구독형 구독을 채택하는 소비재 브랜드는 상품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전에 한두 개의 주력 상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라인업을 줄이고 유통채널을 없애는 대신,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상품의 다양성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경우 구독 모델의 핵심 정신인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간단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자율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예컨대, 여성 브래지어를 파는 경우, 심플한/화려한 디자인, 와이어가 있는/없는 스타일 등 몇 가지 선택지(고객 및 상품 페르소나)를 주고 선호를 물어보면 라인업의 복잡도를 크게 높이지 않으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