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에서는 선택 과부하의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마지막 전략이 사회적 증거와 같은 휴리스틱 단서를 통해 선택을 용이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설명하고자 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사회적 증거를 활용한 사례를 하나 더 보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사례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서울대답게, 서울대처럼’ 독서하자는 슬로건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2023년 지식정보 플랫폼 ‘LikeSNU(https://likesnu.snu.ac.kr/)’를 오픈하였다. 오픈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온다.[1] ‘Read LIKE SNU 도서관 빅데이터 기반 지식정보 플랫폼. 도서를 매개로 그린 학내 지식지도를 통해 지식 트렌드와 학문 간 관계도를 탐색하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서울대인답게(LIKE SNU)를 탐독하세요. 최근 10년간 53,910명의 지식 활동 2,191,329건을 분석합니다.’ 이 서비스는 ‘2023 미국 도서관협회 국제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 1] 서울대 도서관: 2023 미국 도서관협회 국제 혁신상 수상

도서관 하면 고루한 이미지를 가진 곳으로 머리에 떠오른다.[2]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시스템을 고수하는,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공간의 이미지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할 수는 없을까? ‘LikeSNU 서비스’는 서울대 구성원의 대출 이력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서울대 구성원의 지식 트렌드를 확인하고 학문 분야 간 연관 지도를 제공하며, 개인 관심 분야를 반영한 맞춤형 독서 가이드를 제공한다(그림 2). 학문 분야별로 인기 있는 도서도 네트워크 형태로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3] LikeSNU 서비스는 넘쳐나는 도서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서비스다.
[그림 2] 서울대학교 중앙 도서관의 홈페이지(개편 전과 개편 후)와 LikeSNU 서비스[4]

[1]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2NTjBRRJd3Q.
[2]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내 생각에 서울대학교 내에서 가장 많은 실험과 혁신을 시도하는 조직이 도서관인 것 같다. 반면, 몇몇 조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아직도 관료조직의 때를 벗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나부터 변화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도서관은 요즘 세대 감성에 맞는 소통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 30초 안에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이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있다(2023년 6월 15일 현재).

[3]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쉽다’는 표현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말하는 게 더 건설적인 것 같다. 문제는 너무 ‘서울대학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문의 발전에 있어 동종 교배(同種 交配, in-and-in breeding) 대신 이종 교배(異種 交配: cross-breeding)에서 얻는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시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혁신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인구적으로 소국(小國)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중앙 집중적이다. 갈수록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모인다. 서울 사람들만 교육받고 취직하고 문화적 혜택을 누리란 말인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대학교는 순종 교배가 너무 심하다. 솔직히 나도 서울대학교 학·석사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처지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터져나오는 ‘서울대학교 폐지론’에 대해 과거에는 반대하는 마음이 컸다. 서울대를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이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할 수만 있다면(그리고 꼭 그렇게 만들어야겠지만), 굳이 서울대를 예전의 서울대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에 대해 뜻 있고 권한 있는 분들의 진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정말정말 많다.
우스개소리로 어떤 국어 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의무적으로 1년 노는 기간을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바도 해 보고, 이성 교제도 해 보면 자연스레 ‘소설’도 이해가 되고, ‘시’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마치 연애를 네이버 검색으로 배우는 것처럼 아무런 삶의 경험 없는 학생들에게 ‘공부’라는 이름으로 이 무지막지하게 뭔가를 들이미는 것은 폭력이다. 안타깝게도 나의 아이들은 이미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어 어쩔 수 없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똑 같은 폭력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은데, 앞으로 LikeSNU 서비스를 LikeKorea서비스로 진화시켜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한 단계 업그레드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한국의 대표적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문국’이 되면 좋겠다. 내 기억에 최재천 교수는 ‘문’을 ‘질문하다(問)’로 주장하신 것 같은데, 그것도 좋지만 ‘진정한 배움(文)’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질문도 많이 하고 배움도 많이 이루어 우리 사회가 진정 ‘생각’하는 곳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4] [이미지 출처] https://libguide.snu.ac.kr/search/simple; 2023년 6월 9일 접속. https://lib.snu.ac.kr/; https://likesnu.snu.ac.kr/.
저서에서는 선택 과부하의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마지막 전략이 사회적 증거와 같은 휴리스틱 단서를 통해 선택을 용이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로 서울대학교 도서관을 설명하고자 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사회적 증거를 활용한 사례를 하나 더 보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사례다.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은 ‘입학부터 졸업까지 서울대답게, 서울대처럼’ 독서하자는 슬로건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2023년 지식정보 플랫폼 ‘LikeSNU(https://likesnu.snu.ac.kr/)’를 오픈하였다. 오픈 영상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온다.[1] ‘Read LIKE SNU 도서관 빅데이터 기반 지식정보 플랫폼. 도서를 매개로 그린 학내 지식지도를 통해 지식 트렌드와 학문 간 관계도를 탐색하고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서울대인답게(LIKE SNU)를 탐독하세요. 최근 10년간 53,910명의 지식 활동 2,191,329건을 분석합니다.’ 이 서비스는 ‘2023 미국 도서관협회 국제 혁신상’을 수상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림 1] 서울대 도서관: 2023 미국 도서관협회 국제 혁신상 수상
도서관 하면 고루한 이미지를 가진 곳으로 머리에 떠오른다.[2] 워낙 오랫동안 굳어진 시스템을 고수하는,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진 공간의 이미지가 여전히 지배적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다. 기존의 장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접목할 수는 없을까? ‘LikeSNU 서비스’는 서울대 구성원의 대출 이력에 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서울대 구성원의 지식 트렌드를 확인하고 학문 분야 간 연관 지도를 제공하며, 개인 관심 분야를 반영한 맞춤형 독서 가이드를 제공한다(그림 2). 학문 분야별로 인기 있는 도서도 네트워크 형태로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독서에 대한 흥미를 돋운다.[3] LikeSNU 서비스는 넘쳐나는 도서의 홍수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서비스다.
[그림 2] 서울대학교 중앙 도서관의 홈페이지(개편 전과 개편 후)와 LikeSNU 서비스[4]
[1]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2NTjBRRJd3Q.
[2]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내 생각에 서울대학교 내에서 가장 많은 실험과 혁신을 시도하는 조직이 도서관인 것 같다. 반면, 몇몇 조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아직도 관료조직의 때를 벗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 나부터 변화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도서관은 요즘 세대 감성에 맞는 소통에도 노력을 하고 있다. 30초 안에 정보를 전달하는 영상이 유튜브 계정에 올라와 있다(2023년 6월 15일 현재).
[3]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쉽다’는 표현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말하는 게 더 건설적인 것 같다. 문제는 너무 ‘서울대학교’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문의 발전에 있어 동종 교배(同種 交配, in-and-in breeding) 대신 이종 교배(異種 交配: cross-breeding)에서 얻는 다양성은 매우 중요하다. 서로 다른 시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혁신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인구적으로 소국(小國)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중앙 집중적이다. 갈수록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모인다. 서울 사람들만 교육받고 취직하고 문화적 혜택을 누리란 말인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서울대학교는 순종 교배가 너무 심하다. 솔직히 나도 서울대학교 학·석사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처지라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터져나오는 ‘서울대학교 폐지론’에 대해 과거에는 반대하는 마음이 컸다. 서울대를 끌어내려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이 서울대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할 수만 있다면(그리고 꼭 그렇게 만들어야겠지만), 굳이 서울대를 예전의 서울대로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에 대해 뜻 있고 권한 있는 분들의 진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정말정말 많다.
우스개소리로 어떤 국어 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의무적으로 1년 노는 기간을 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바도 해 보고, 이성 교제도 해 보면 자연스레 ‘소설’도 이해가 되고, ‘시’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 마치 연애를 네이버 검색으로 배우는 것처럼 아무런 삶의 경험 없는 학생들에게 ‘공부’라는 이름으로 이 무지막지하게 뭔가를 들이미는 것은 폭력이다. 안타깝게도 나의 아이들은 이미 그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고 있어 어쩔 수 없지만, 미래 세대에게는 똑 같은 폭력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가 옆길로 샌 것 같은데, 앞으로 LikeSNU 서비스를 LikeKorea서비스로 진화시켜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한 단계 업그레드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이화여대 석좌교수이자 한국의 대표적 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아니라 ‘대한문국’이 되면 좋겠다. 내 기억에 최재천 교수는 ‘문’을 ‘질문하다(問)’로 주장하신 것 같은데, 그것도 좋지만 ‘진정한 배움(文)’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다. 질문도 많이 하고 배움도 많이 이루어 우리 사회가 진정 ‘생각’하는 곳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4] [이미지 출처] https://libguide.snu.ac.kr/search/simple; 2023년 6월 9일 접속. https://lib.snu.ac.kr/; https://likesnu.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