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자료] 정체성 경제(가칭): 나이키의 탈D2C?

아래 내용은 올버즈 사례 분석의 일부입니다. 

  • 올버즈가 처한 문제 중 수익성 개선이라는 도전과제가 있습니다. 
  • 그런데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D2C 채널을 이용한 점입니다. 

이 대목에서 나이키의 채널 전략에 대한 스토리가 나오게 됩니다. 


책 속으로

가장 큰 문제는 비용 증가다.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히는 점은 과도한 D2C(Direct-to-Consumers: 자사몰이나 사이트를 통한 소비자 직거래) 정책이다.[1]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듯,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다. 좋은 것만 있는 것도 없고,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없다. 문제는 단점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운영의 묘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의 여부다. 사실 D2C 모델은 마케팅 통제력, 고객 데이터 확보, 그리고 유통 수수료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의 모든 것을 브랜드가 내재화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광고 및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인력 확보, 매장 및 사이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에다 엄청난 재고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Amazon Marketplace)는 재고 비용 없이 상품 다양성을 입점 브랜드로부터 해결하는 스마트한 전략이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다. 요즘은 유통망을 가진 브랜드가 깡패인 것 같다. 

[1] 나이키의 이른바 탈(脫) D2C 전략은 2022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2020년 무렵 본격 추진했던 D2C 전략으로 인해 관계를 정리했던 도매상과의 파트너십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미국 백화점 메이시즈(Macy’s)는 10월부터 나이키 상품 판매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신발전문업체인 디자인슈 웨어하우스(DSW: Design Shoe Warehouse)도 2023년 연말쯤이면 나이키 상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전했다.  

나이키의 전략적 피봇팅을 이해하려면 2016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영원불멸할 것 같던 1등 지위는 2등 브랜드인 아디다스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매출 성장률이 2016년 한 자리 수로 내려 앉았고, 2017년에는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위기 의식이 고조되었다. 이에 트리플 더블(Triple Double)이라는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놓는다. 혁신의 강도와 임팩트도 2배(2X), 혁신의 속도도 2배(2X), D2C를 통한 소비자와의 관계도 2배(2X)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을 보니 갑자기 자라(Zara), H&M, 유니클로(Uniqlo) 같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떠오른다. 고객과의 접면을 넗혀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고 이에 따른 재빠른 혁신 출시로 성장을 드라이브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유사성이 눈에 보인다. 사실 D2C 전략은 직접 판매로 인한 수익 증대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더 중요한 목적은 고객 니즈의 빠른 발견과 데이터 축적이다.

새로운 전략애 따라 나이키는 당시 전세계 3만 개에 달하는 도매상 파트너를 40개 정도로 정리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메이시스, DSW 외 풋락커(Foot Locker), 어반 아웃피터스(Urbran Outfitters), 딜라드(Dillard’s), 자포스(Zappos), 한국의 경우 레스모아(Lesmore) 등과의 파트너십을 축소해 나갔다.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던 전략도 과감히 중단하고 결별을 선언했다. 이로써 도매 판매의 비중은 2012년 85%에서 2022년 58%로 줄어들었다.

미국의 전통적 유통방식은 도매상 위주의 간접 채널이 대세를 이룬다. 중간상은 제조업체가 수행하기 힘든 고유의 기능을 수행한다. 제조업체와 재고 부담을 공유하고 판매 시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중간상은 마케팅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에서 보면 단점도 있다. 제조업체는 중간상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고, (적어도 일부) 마케팅 통제권의 공유로 인해 주도적 브랜드 관리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재고가 쌓이면 도매상은 가격 할인(일명 떨이)로 재고를 소진하는데, 이는 브랜드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준다.

반면, DSC 전략은 간접 채널과는 상반대는 장·단점이 있다. 중간상 수수료 절감, 마케팅 통제권 장악, 고객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 확보, 고객 경험 제고 등의 장점이 있지만, 물류·배송·재고 등 풀필먼트 전반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하므로 운영 관리의 역량이 부족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또한, 유통 채널은 제대로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므로, 단기간에 많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범위(reach)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나이키의 D2C 전환은 코로나 팬데믹/엔데믹으로 인한 거시경제 상황과 엊박자가 난 측면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가 한창이던 2022년 즈음 (예상과 달리)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재고 부족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었다. 하지만 재고를 빨리 늘려가던 2023년 들어서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하여 반대로 늘어난 재고가 부담으로 작용하였다. 2022년 9월 누적 재고는 97억 달러, 2023년 5월 89억 달러에 육박하여 팬데믹 기간 이전보다 28%나 증가하였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2022년 10월경 나이키의 주가는 엄청나게 하락하게 된다. 그만큼 유통 채널에 대한 의사결정은 상대적으로 다른 마케팅 믹스에 비해 단기 변화가 지극히 어렵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으로 돌아선 이후, (역시 예상과는 달리) 온라인에 쏠려있던 소비자의 관심은 급격하게 오프라인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디지털(온라인과 앱)과 직영점 위주 전략으로 이미 선회했던 나이키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나이키의 매장 수를 보면 이 점이 쉽게 납득이 간다. 2022년 현재 나이키는 전세계 1,046개, 미국 내 344개 직영점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 내 매장 중 209개는 할인매장인 팩토리, 87개는 컨버스 매장이고, 제대로 된 정가 직영매장은 48개에 불과하다. 반면, 반스는 700개 이상, 올버즈만 해도 35개 직영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이키는 덩치에 비해 매장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패션화이든 기능화이든 신발은 직접 신어봐야 기능을 체감하고 디자인도 결정하기 쉽다. 따라서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나이키는 이 점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다. 매장 수가 부족하면 고객 경험을 제고하지 못한다. 한편, 나이키 상품 전략도 문제였다고 지적하는 비판이 있다. 나이키가 주력하던 한정판 패션화나 스니커즈는 경기가 침체하면 수요가 줄어든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상품 라인 관리에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한정판 상품의 리세일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 경쟁사의 상황은 어땠을까? 자사몰(앱 등 디지털 포함)의 부족이 나이키만의 문제였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은 D2C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중간상과의 파트너십이라는 전통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시장의 절대강자인 나이키가 빠진 틈이 경쟁사에게는 엄청난 기회였을 것이다. 푸마, 리복, 아디다스 등 빅브랜드는 물론이고, 기능성 운동화에 집중한 호카(Hoka)나 온(On) 같은 스몰 브랜드도 도매상과의 협력에 의지하여 시장을 넓혀 나갔다. 아디다스 역시 D2C 중심의 전략을 선회하여 간접 채널로 빠르게 회귀하였다. 아디다스와 리복는 2022년 풋락커와 독점적으로 전용 신발을 개발하였다. 풋락커의 매출에서 나이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75%에서 2022년 55%로 급감하였는데, 이는 1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푸마는 DSW 및 어반 아웃피터스와 협력하여 2022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하였고, 북미 매출의 경우 44%나 증가하였다.

간접 채널을 활용하는 전략의 효과는 올버즈와 온, 두 스몰 브랜드의 성과를 비교하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왜냐하면 올버즈가 D2C 위주의 전략에 집중한 반면, 온은 도매상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2022년 매출은 온이 13억 달러, 올버즈가 2억 9,780만 달러로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을 3년만 거꾸로 돌려 2019년 매출을 보면 온이 2억 6,900달러, 올버즈가 1억 9,400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었다. 2019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온이 66%, 올버즈는 17%였다. D2C 채널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95%에 달하는 올버즈는 아직까지 순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간접 채널을 이용할 때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편익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정리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빠른 속도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상대적으로 고객 획득 비용이 낮다. 중간상은 자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제조업체의 고객 획득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둘째,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경우 재빨리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속도 역시 엄청난 장점이다. 따라서 경기 변동에 따라 적응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훨씬 쉽다. 셋째, 전국적으로 촘촘한 유통망을 보유한 중간상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 DSW와 메이시스는 미 전역에 500개 이상의 매장을 가지고 있고, 풋락커는 미국 내 871개, 전세계적으로는 2,7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커버리지에 대한 우위로 인해 순수 D2C 모델로 시작한 해리스(Harry’s)도 타겟(Target)과 손을 잡았고, 글로시에(Glossier)도 세포라(Sephora)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예로부터 존재하던 제도는 (경우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깨뜨릴 필요도 있지만, 그 전에 그 존재 이유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나긴 역사를 통해 살아남은 제도라면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독서도 (온갖 종류의 잡서(雜書)보다는) 세월의 무게를 견뎌낸 고전(古典)을 읽는 것이 훨씬 좋다(본서도 나름 시대 변화에 견딜 수 있도록 열심히 썼으나 결국은 잡서에 속한다고 본다). 적정한 균형점을 찾고 시대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적응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안전한 전략이라 할 것이다. 물론 때로는 과감하게 행동하고, 때로는 조심스럽게 움직일 줄 아는 승부사가 되어야 한다. 결국 문제는 ‘그 때를 어떻게 파악하느냐’인데, 이 주제는 향후 과제로 남겨둔다. 독자들은 각자 자신만의 고민을 해 보길 바란다. 

마지막 질문 다음과 같다:  ‘그렇다면 나이키는 D2C 전략을 완전 폐기한 것일까? 내 생각에는 절대로 아니다.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지금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지만, 때가 되면 언제든지 드러낼 것이다. 시장 상황이 변하면 D2C로 회귀하려는 욕망을 반드시 드러낼 것이다. 왜냐하면 D2C 전략이 주는 ‘데이터’와 ‘통제권’이라는 달콤한 무기는 엄청난 파워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위 내용의 상당 부분은 다음의 동영상 내용을 요약하였다는 점을 알려둔다. 아래 동영상을 첨부해 두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시청해 보기 바란다. 

[동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wjjbJg_1dQc&t=32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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